방송인 이지애가 아나운서가 강용석 전 의원이자 방송인 겸 변호사에게 화해를 요청하는 장문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강용석 변호사에게 '나는 다 주었습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심경을 전달한 것입니다.

 

 

 

 

페북 글에서 이지애는 나의 이름 앞에는 이제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으며, KBS에서 만 8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맡아왔지만 지난 4월 사직을 했고, 이제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임부터 먼저 밝혔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혹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지애 전 아나운서가 강용석에게 화해를 요청한 배경은?

 

이 글에서 이지애가 언급하고 있는 한 전직 정치인은 강용석 전 의원입니다. 이지애는 "이제는 케케묵은 이야기, 4년 전 한 정치인의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아직도 그 얘기냐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로 인한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다"며 과거 강용석이 했던 발언을 거론했습니다.

 

강용석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던 2010년에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이 끝난 뒤 연세대학교 소속 남녀 대학생들 20여 명과 뒤풀이 자리에 참석해서 아나운서 지망생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서 스캔들에 휩싸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강용석은 여자 아나운서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가 되었고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지애 KBS 전 아나운서는 같은 페북 글에서 "그분은 이 발언으로 인해 정치인의 옷을 벗었다. 그렇지만 독하고 강한 캐릭터가 필요한 이 시대는 그를 유명 MC로 만들었다. 모르긴 해도 수입도 더 늘었을 것이고 인기도 높아져 팬도 생겨났을 거다. 고소의 아이콘에서 전화위복의 증인이 된 셈이다. 나 역시 KBS에서 나왔으니 어느 채널에선가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쓰면서 '술자리에서의 말 한마디 실수로 4년이 지나서까지 시달리는 그분 역시 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셨으리라 믿는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방송인 이지애는 말 값 1500만원. 그것은 결코 과한 액수가 아니라고 말하며, "이제는 '다 준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나 사랑의 표현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마음 고생했을 그 분과도, 아직도 오해하고 있을 일부 대중과도 이제는 화해하고 싶다"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한편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네티즌들 사이에 이지애 아나운서가  화제로 떠오르면서 이지애 아나운서의 결혼과 남편에 대한 궁금증도 새삼 다시 일고 있는데요. 이지애 아나운서는 동료 아나운서였던 김정근 아나운서와 2010년에 결혼하여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후 2014년인 올해 이지애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  KBS를 퇴사했습니다.

 

 

 

 

 

 

 

 


[이지애 아나운서 '나는 다 주었습니다' 글 전문]

 

 

"나는 다 주었습니다."

 


나의 이름 앞에는 이제‘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습니다.

 


KBS에서 만 8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맡아왔지만 지난 4월 사직을 하였고, 이제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입니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혹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캐캐묵은 이야기, 4년 전 한 정치인의 발언이 도화선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얘기냐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습니다.

 


어느 술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한 여학생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한 발언이 문제였지요.

 


처음 이 얘기를 들은 아나운서들의 반응은 ‘황당함’이었습니다.

 


대체 무얼 주어야 했느냐고 우리끼리 서로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흘러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이는 곧 ‘분노’와 ‘억울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액면 그대로 보자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는 맞는 것도 같습니다.

 


9년 차 아나운서로서 나는 나의 많은 것을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입사 후 5년 차까지는 주7일 근무를 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나눠 하루에 세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었고 이어서 새벽 1시까지 주말근무를 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나의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계속되는 스케줄에 몸에 무리가 와서 일주일 간 입원을 한 적도 있습니다.

 


팔팔했던 20대, 나의 ‘건강’을 내주었습니다.

 


당연히 친구를 만날 여유도 없었고 어느 순간부턴가 친구들과 나눌 이야기도 줄어들어갔습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외로움에 처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나의 ‘청춘’을 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터에서 인정받고 시청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나의 열정을, 정성을 모두 내주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나눔 특집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장기기증 서약까지 했으니, 나는 아나운서를 하느라 내 오장육부를 다 내놓은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 외에 어떤 것도, 나는 성공을 위해 남에게 쉽게 허락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픕니다.

 


여전히 여자 아나운서의 기사 밑에는 알 수 없는 말줄임표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그 말 사실인 듯…’, ‘…얘도 줬을까?’ 등등.

 


그 분은 이 발언으로 인해 정치인의 옷을 벗었습니다.

 


그렇지만 독하고 강한 캐릭터가 필요한 이 시대는 그를 유명 MC로 만들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수입도 더 늘었을 것이고 인기도 높아져 팬도 생겨났을 것입니다.

 


고소의 아이콘에서 전화위복의 증인이 된 셈이지요.

 


저 역시 KBS에서 나왔으니 어느 채널에선가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달, 그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에 대해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날 한 미디어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선고 결과에 대해 아쉽지 않느냐, 불만 없느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직 아나운서도 아닐 뿐더러 더 이상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말 사실이냐’고 묻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만날 때면 참으로 허망함을 느낍니다.

 


아나운서는 말을 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말을 아껴야 하는 직업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술자리에서의 말 한마디 실수로 4년이 지나서까지 시달리는 그 분 역시 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셨으리라 믿습니다.

 


말 값 1500만원. 그것은 결코 과한 액수가 아닙니다.

 


천사와 악마의 차이는 그 모습이 아니라, 그 말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이제는 ‘다 준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나 사랑의 표현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오랜 시간 마음 고생했을 그 분과도, 아직도 오해하고 있을 일부 대중과도 이제는 화해하고 싶습니다.